프로젝트 기록 및 회고/노마드10주 스터디

웹기초 6기 TA 회고

cantor 2024. 3. 22. 13:40


노마드 코더에서 Teaching Assistant로 활동했던 웹기초 6기가 끝났다.
이는 그에 대한 회고이다.

이는 복습을 위한 글도 아니고, 취업시장의 판관에게 제출하기위한 서류도 아니다.
그저 지난 10주 스터디의 기억이 다 스러지기 전에, 그 편린을 모아 간직하고 싶은 소망의 실현이다.

# 1. 제안, 승낙


“영진님께 웹기초 TA를 맡아주실 의향이 있으신지 여쭤보려고요.”

보라님의 말씀이었다.

놀라웠다. 나는 커뮤니티 내부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었고
내가 만든 상황을수습하는 주체는 보라님을 비롯한 Crew분들이었다.

그런 내 치부를 모두 관찰한 보라님이 Teaching Assistant 합류에 대한 제안을
하고 계셨다.

더욱이 당황스러운것은,  발화의 태도였다.

그녀는 특별히 선심을 써서 내게 좋은 기회를 주는것이 아니었다.
송구함을 담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내게 어려운 부탁을 하고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 네 무조건 합니다.”

사실은 거절 하려고 했다.  하기 싫어서는 아니었다.

나는 가르침이라는 것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나 역시 그들을 좋은 스승으로 이끌만한 좋은 제자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게 내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나보다 어른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상적인 교육자에대한 환상이 크고,
그래서인지 부담이 되었다.

나 역시, 내가생각하는 교육자의 이상에 도달하지 못할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지 못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나의 상황이었다.

나는 올인형 인간이다. 한가지에만 몰두할 수있고, 그럴때만 그나마 결과가 만족스러워진다.
제안을 받은 시점에서는, 나는 TA에만 집중할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리액트 스터디를 막 마쳐서, 이를 되돌아보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야했고,
오랜시간 내 게으름으로 방치해놓았던 해묵은 팀프로젝트가 외주로 전환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승낙했다.
나는 커뮤니티로부터 받은것이 많았고, 이를 갚고 싶었다.

니코와 린,
빡준, 윤영서, 마샷,
스카이,  클로이, 목화,
인보, 플린, 도벨로퍼
그외에도 많은 따뜻한 사람들

많은분들이 내게 좋은 이야기와 선한 영향력을 전해주셨다.

그 덕에 나는 내 사회적 관계의 경험과, 초라한 철학적 지식으로 벼려낸 서슬을 내려 놓을 수있었다.

세명이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고맙다 하지말고,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그사람을 도와 달라고,


노마드코더의 TA분들은 수강생들의 주간회고라는 것을 읽고
코멘트를 남기는 일을한다.

내가 그분들께 받은 것을, 나도 남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은 말들을 많이 남겨주고 싶었다.

내가 하고싶었다.

그들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있다면,
아니면 마음의 짐이라도  조금 덜어줄수있다면,
나보다 나은 여유있는 다른 사람이 없다면,

내가 하고싶었다.


# 2. 온보딩, 그리고 온보딩


  • 노마드의 온보딩


보라님의 제안을 수락한 후
노마드코더로부터 공식적으로 TA 제안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서 제시한 업무의 목표는
`수강생들이 스터디에 더욱 몰입하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것`이었다.

완강률, 졸업률, 수치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너무나도 인간적인(-인본주의적인) 목표다.

나는 이 목표가 무척 마음에 들었고,
이를 달성하기위해, 내가 할수있는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TA로써, 무엇을 어디까지 할수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내 의욕이 폐를 끼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있을테니까.

그리하여, 궁금한점들을 정리해서, 온보딩 미팅에 질문하기로 했다.


- 실제로 다 할려는것은 아니었다.



감사하게도, 노마드코더에서는 (보라님) 거의 모든 내용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
TA 선배님 sky님의 응원도 받을 수 있었다.

TA 활동의 정보에 대해 정리되어있는 노션 링크도 받았다.
온보딩 도중에 내가 저런 목록을 작성한것에 무색할정도로, 정갈한 가이드였다.
덕분에 해야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 나의 온보딩


나는 수강생분들이 스터디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커뮤니티의 생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터디가 시작되고 조가 나뉠때까지 첫 한주간, 매일 온보딩을 위한 글을 올렸다.

- 당시 작성한 글 몇개

주간회고, 코딩, 과제제출에 대한 글



저 때에 가졌던 나의 진지함을 떠올려보면,  
둥글둥글하게 작성되어있는 텍스트가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그래도 저 활동이랑, 글이 담고있는 정보자체는 만족스럽다.
다시 돌아간다고해도, 저러한 글들을 작성할것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편안한 대화를 좀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 3. 활동, 그리고 반성


  • 회고 코멘트작성, 분량조절 실패


지독하게 공부하는사람은 그 고독함마저 지독하다.
나는 이것을 잘 알고있다.

주간회고를 보고, 코멘트를 대충 작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강생 한분 한분의 회고마다, 최대한 성심 성의껏 코멘트를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것은 성실함이나, 진솔함, 그리고 열정보다는 미련함과 아집에 더 가까운 일이었다.

시간은 한정적이다. 내가 작성할 수 있는 텍스트도 마찬가지이다.
내 과욕으로 장문의 코멘트를 남기는것 때문에, 도외시해버린 글들도 많았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많다. 그분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전하고싶다.

내가 투여할 수있는 시간을 계산해서, 글의 분량과 내가 조언할 항목에대한 제약을 미리 설정해놓았더라면 좋았을텐데.


  • 질문유도, 방법의 부족


수강생분들이 학습 커뮤니티를 접속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쩌할 도리가 없다.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활발히 활동하시던 분들중에서도 질문을 남기는것을 어려워하고, 그러다가 탈락하신 분이있었다.

그 사실은 스터디 기간 내내 내 등허리를 짓누르는 책임이 되었다.

질문유도의 수단으로 사용한것이, 커뮤니티에 남긴 짧막한 글들뿐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스터디의 스코어보드-출석현황을 보면서, 일찌감찌  개개인에게 조금더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였다면 - 적어도 스터디가 한참 진행중인 설보다는 먼저,
다른 결과를 얻을 수있지 않았을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 팀노션, 참여유도 부족



웹기초 6기보다 먼저 완료된 스터디들에서는 코드 리뷰 활동이 활발했었다.

노마드코더 스터디의 정식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열정적인 팀원들과 TA분 -빡준님 이 자발적으로
운영한 프로그램 이었다.
이렇게 리뷰를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것은 스터디원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하여 정식 활동으로 채택되었고, 웹기초 6기의 팀 노션에서는 “코드리뷰란”이 운영되었다.

숙제를 제출하는 게시판이 아니다.
팀원들끼리 활발하게 서로의 코드를 보고, 질문, 답변, 감상을 주고받는곳이다.

나는 그러한 활동참여를 활발히 유도하지 않았고,그저 올라온 코드에 리뷰를 달아주는것에 집중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수강생분들에게는, 대화의 장이아니라, 과제 제출란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 나외에는 댓글을 다는사람이 없는 코드리뷰란

주인공은 내가아니라, 수강생분들이어야 했다.



# 4. 소감


지금 다 돌아보고 나니, 내 활동은 TA라고 하기에는,
어설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약간은 자랑스럽기도 하다.
내 선에서 열심히 참여하였고, 활동의 동기가 나에게 의미 있었기 때문이다.

스터디 내내 나를 움직인것은, 타인의 선망, 완장 그리고 금전적 보상 따위의 싸구려 도취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것 에 대한 감사, 혹시라도 타인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
그리고 수강생분들이 전하는 감사함의 메시지였다.


- 사실 진짜 도움을 받은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나다.




정말 행복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다른사람을 돕는일에서, 결과가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이것을 그저 ‘나의’ 좋은 경험으로 치부해버리는것은 상당히 탐탁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괜찮을것 같다.
아쉬움도 내가 이 활동에 진심이었기에 드는 감정이라 믿는다.

평소 교사분들에 대해 갖고있던 인식과, 지난 날의 웹기초 TA 활동에 대한 내 평가를 병치하면,
그 중앙에 자리잡는것은 단연 지독한 모순이다.

스스로에게 관용을 베풀고 나니 , 타인을 향한 엄격한 시선또한 자동으로 거두어지는 느낌이다.
어느새 나는 그들을 추억하며 응원하게 되었다.

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이었겠지.
무언가 사정들이 있으셨겠지.
그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닿아, 공직생활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길 바란다.

….



이쯤이 적당한 것 같다.



나는 이 10주를 내가 내 삶을 사랑한 시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그럴려고 노력한 시간으로.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노마드코더 회사 분들과,
좋은 영향력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커뮤니티 회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 쓰고보니 미화와, 허세가 가득담긴, 있어보이는척 하고있는-현학적인 글을 써낸것 같습니다.
그래도 먼 훗날 글을 다시 읽어보면 이런 치기어림이 또 그날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글을 전부 읽어주신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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